A Tale That Wasn't Left

양철웅의, 특별히 주제를 정해두지 않은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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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라고 말하고 싶다
Posted on Wednesday, April 21, 2010.

회사에서의 일이다.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많은 기능요구가 개발쪽으로 흘러들어오고 있다. 다 나름대로의 대책이 있긴 하지만 고객이 원하는 것과 정확히 일치하지는 않는고로 고객 및 영업에서는 이것 안되면 고객이 등돌린다고 PM (제품 매니저)를 압박하고 PM은 바로 연구소로 압박이 들어온다. 그래서 주요 기능만을 우선하고 나머지는 나름대로의 대책으로 고객을 설득하고자 의견을 냈더니 연구소의 사정은 알고 있지만 그래서는 안된다며 아래와 같은 의견이 돌아온다.

고객은 업그레이드를 한다는 게 더 많은 기능과 더 큰 화면의 TV를 사는 것이지, 화면만 커지고 돌비가 안되는 TV를 사면 기존에 자기가 같고 있던 AV Amp는 쓸모가 없어지는 거라고 대들더군요. 요청 항목은 최소한 이 정도는 되어야 고객과 Bidding을 해 볼 수 있는 기능입니다. 고객은 이미 이 기능으로 가입자에게 서비스 중이기에 필수 기능입니다.

업그레이드를 한다는 것은 더 많은 기능과 더 큰 화면의 TV를 사는것이아니다. “고객이 판단하기에 중요한 가치를 더 만족시켜주는 제품으로 바꾸는 것"이고 화면이 커지는 것이 중요하면 돌비앰프는 내다버려도 되는것이다. 돌비지원 14인치 브라운관 TV를 보고 있는데다가 돌비 안되는 50인치 LED TV를 가져다주면 누구는 사고 누구는 안 사는 것이다. 물론 고객이 원하는 기능을 모두 만들 수는 있다. 그러면 어떻게 되나? 21세기의 ‘프랑켄슈타인’이 되는 것이다. 많은 기능이 있지만 어글리하다. 어떻게 해도 1류 제품이 아닌 2류 제품이다. 쓰는 입장에서도 그렇고 만드는 입장에서도 그렇게 되는 것이다. 이런식으로 중간에 들어가는 기능은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무엇보다, 어글리한 제품은 고객 만족에 한계가 있는 것이다.

무엇인가 제품을 만든다면 경쟁력, 즉 다른 제품에 비해 더 가져다주는 가치가 도대체 뭔지 정리를 하고 가야한다. 그 가치가 너무나 미약해서, 경쟁사의 모든 기능을 다 구현하기 전에는 고객이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인지도 확실하게 했야한다. 핵심가치가 없다면 복제라도 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다. 핵심가치가 있다면 핵심가치에 힘을 실을 일이되, 혼란스럽게 만들어서는 안된다. 핵심가치가 존재한다면 고객이 제품에 맞출 수 있는 것이다. 고객이 이전 제품으로 가입자에게 서비스 중이라고 해도, 이 세상에 절대적인 것이 어디 있는가. 우리 제품에 맞추어 바꾸는 것이 더 좋으면 바꿀 수 있기 마련이다.

요즈음 스티브잡스 이야기가 너무 많아 공해가 될 수준이긴 하지만 여기에도 한번 더 해야겠다. 그가 아이폰을 만들 당시에 수많은 아이디어를 모두 기각해버리면서 했다는 말이 있다. “Innovation comes from saying NO to 1,000 things to make sure we don’t get on the wrong track or try to do too much.” 이 이야기를 하면 어떤 답이 돌아올까. 일단 먹고 살아야 되지 않겠는가라는 것이 아닐까. 결국 먹고 산 다음에야 혁신이 있을 수 있다는 것. 맞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혁신을 안하면 먹고 살 수는 있는 것일까?


Tags: blog, software development